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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과 같은 질문으로 시작해봅니다. 진통제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한국인의 두통약?? 두통, 치통, 생리통에??

지난 글과 이번 글을 읽고 나면, 약국에서 구입하는 진통제에 대해서 성분을 살펴볼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지난 글에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의 종류에 대한 대략적인 분류를 살펴보았습니다. 지난번 글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복습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술 마시고 머리가 아플 때는 진통제를 복용하면 안된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은 정말 안된다!

총론만으로도 충분한 분들이 있으셨겠지만, 그대로 끝내면 이야기를 덜 마친 것 같아서 더 써봅니다.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진통제 성분들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1. 아세트아미노펜

아세트아미노펜의 화학 구조

아세트아미노펜(acetaminophen; paracetamol)은 해열, 진통의 효능이 있습니다. 그래서 근육통, 두통이나 생리통, 감기몸살 등 통증에, 열이 있을 때 복용하곤 합니다. "타이레놀정 500 mg"이나 "타이레놀이알서방정 650 mg"은 많이 사용되는 아세트아미노펜 단일 성분 제형들입니다. 둘 사이의 차이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조금의 차이가 있겠지만 간략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앞의 것 (타이레놀정)은 500 mg의 아세트아미노펜이 위장 내에서 한 순간에 방출됩니다. 방출된다고 하는 것은 위장 내의 물이나 소화액 등에 녹은 상태가 되어서 흡수가 시작된다는 의미입니다. 빠르게 녹아서 흡수되기 때문에 진통 효과가 빠르게 나타납니다. 다만, 지속적으로 녹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에 녹기 때문에 서방정에 비해서는 진통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습니다.

뒤의 것 (타이레놀이알서방정)은 말 그대로 "ER" (연장된 방출; extended release)이고 서방 (천천히 방출) 하는 제형입니다. 정제의 절반은 아세트아미노펜을 한 순간에 방출하고 나머지 절반은 천천히 방출합니다. 약물이 천천히 방출/흡수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앞의 것 (타이레놀정) 보다 진통 효과가 조금 더 오래 지속됩니다. 다만, 정제당 초기에 방출되는 약물의 양으로 비교했을 때 타이레놀정 1정보다 타이레놀이알서방정 1정에서는 적은 양이 방출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용법/용량 부분을 확인하였을 때 타이레놀정은 1회 1~2정을, 타이레놀이알서방정은 1회 2정을 제시합니다. 후자(타이레놀이알서방정)의 경우에 초기 효과가 조금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복용법 보다 많은 양을 복용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 제제는 타이레놀(한국얀센) 이외에도 세토펜(삼아제약), 써스펜 (한미약품), 타세놀 (부광약품), 챔프시럽 (동아제약) 등이 있습니다 (아마 처방전에서 몇번 보셨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 펜잘이나 게보린 등 "한국인의 두통약"이라든지 "두통 치통 생리통엔~~"이라고 광고하는 진통제에도 아세트아미노펜이 함유되어 있습니다만, 펜잘이나 게보린은 이소프로필안티피린, 에텐자미드나 카페인무수물과 같이 다른 성분도 함께 포함하고 있는 복합제입니다. [헷갈리게 하지만, 펜잘8시간이알서방정 (종근당)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 제제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카페인을 함께 복용하면 아세트아미노펜의 진통효과가 증가한다는 증거가 있기 때문에 복합제 성분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지만, 카페인에 민감한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은 단일제제 뿐 아니라 복합제도 많은 편입니다 [약학정보원에 "아세트아미노펜"이라 검색하면 단일제제와 복합제제를 포함해서 1273개의 제품이 나타납니다 (2021년 5월 16일 기준)]. 아마도 위장장애가 없다는 특징 덕분인 것 같은데, 지난 글의 표에 정리한 것처럼 종합감기약(예: 씨콜드플러스정, 화이투벤큐연질캡슐, 판콜에스내복액)이나 근육통약(예: 리리스정, 카바몰에스정), 복통약(예: 부스코판플러스정)에 흔히 사용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이 많이 사용되기는 하지만, 부작용이 생기는 생물학적인 메커니즘도 잘 알려진 편입니다 (오래된 성분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과학자들에게 관심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 여러가지 의약품을 함께 복용하신다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하루 복용량을 초과하지는 않는지, 술을 마시고 복용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때 주의할만한 내용은 하루 복용량과 음주 후 복용 금지 정도일 것 같습니다. 음주 후 복용 금지에 대해서는 NAPQI가 생성되어 간 세포가 파괴되는 과정에 대해 나름대로 적어보았으니 지난 글 표 아래 문단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하루 최대 복용량은 성인 기준으로 4 g (=4000 mg)이지만, 연령 및 체중에 따라 복용량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세한 복용량은 복용하시는 의약품의 설명서를 참고하세요]

2. 아스피린

아스피린의 화학 구조

아스피린은 아마도 고등학교에서 자연계를 선택했던 사람이라면 아세틸살리실산이라고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 같습니다. 최초로 합성된 해열, 진통, 소염제입니다. 다만,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해열, 진통, 소염제로 사용되는 경우는 드뭅니다. 항응고제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 경우 해열-진통-소염 효과를 기대하고 사용할때와 용량/용법에 차이가 있습니다.

항응고 작용이 유독 있기 때문에, 수술 전에 복용하는 것은 금기입니다.

진통 효과가 분명 있고, 진통제로 시판되고 있지만 (바이엘 아스피린 500 mg으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항응고작용 때문에 진통제 보다는 항응고제로 복용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항응고제로 복용하는 경우는 100 mg 장용정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가이드라인 등에는 75 mg으로 추천하기도 합니다). 장용정은 pH에 따라, 시간에 따라 방출되도록 제형을 설계한 정제로, 위에서는 방출되지 않고 소장에 도달했을 때 약물이 방출되도록 설계된 정제입니다. 약을 분쇄하거나 쪼개는 경우에는 이런 효과가 사라질 수 있으니, 의사나 약사의 별다른 지시가 없었다면 부수지 않고 복용합니다. 아스피린 100 mg 장용정은 "프로텍트정" 등의 이름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가이드라인 등에는 75 mg으로 적혀있기도 합니다.

3. 이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

덱시부프로펜[dexibuprofen; (S)-(+)-ibuprofen]의 화학 구조.

아세트아미노펜 만큼 많이 사용되는 성분으로 이부프로펜이 있습니다. 덱시부프로펜은 이부프로펜에서 활성형 이성질체만 정제한 것이기 때문에 이부프로펜과 함께 적습니다. 이부프로펜으로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활성형만 복용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덱시부프로펜만으로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부프로펜은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고, 지금도 많이 사용되는 해열진통소염제입니다. 해열, 진통, 소염 효과가 모두 있기 때문에 두통, 치통, 근육통, 생리통, 인후통 등에 모두 사용할 수 있고, 소염제나 해열제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치통에 아세트아미노펜과 함께 복용할 수 있습니다.

약국에 판매하는 제형 중에 연질캡슐 (말랑말랑한 젤라틴 비슷한 재질에 들어있는 말끔하게 생긴 캡슐)에 액상에 녹아있는 이부프로펜 형태의 제제가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런 제형은 제형에서 내부의 액상제제가 나오기만 하면 바로 흡수될 수 있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액체에 녹아있다), 효과가 빠르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때문에 판매량도 많은 편입니다 [2020년 12월 7일 기사 기준, 이지엔6가 판매량 3위].

대웅제약이 판매하는 이지엔6애니연질캡슐의 성상. 속이 비치는 말끔한 모양의 연질캡슐을 대표할 수 있는 모양이라 생각해서 참고 이미지로 가져왔다. 출처: 약학정보원 (health.kr)

현탁액도 많이 사용되는 편입니다. 아세트아미노펜과 함께 이부프로펜이나 덱시부프로펜 현탁액이 많이 사용됩니다. 챔프이부펜시럽 (이부프로펜), 부루펜시럽 (이부프로펜), 맥시부펜시럽 (덱시부프로펜), 애니펜시럽 (덱시부프로펜) 등을 들어보셨을 수 있습니다. 참고로, 현탁액은 말 그대로 용액이 아닌 현탁액 (suspension)이기 때문에, 잘 흔들어서 복용하셔야 합니다. 흔들지 않았을 경우, 성분이 분리되어 가라앉아있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반의약품으로 판매하는 성분이기 때문에 더 자세히 듣고 싶으시다면 주변 약국에 문의해보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목적 없이 질문만 하시면, 약사 선생님이 힘들어 하실지도요.. 하하)

4. 나프록센

나프록센은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의약품 중에 체내 반감기가 긴 것으로 알려진 소염진통제 입니다. 나프록센은 다른 NSAIDs와 비교했을 때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은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위장장애는 다른 NSAIDs에 비해서 조금 더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부프로펜과 마찬가지로, 술을 마시고 복용하게되면 위장 출혈이 있을 수 있습니다.

체내 반감기가 길고, 소염효과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에 치과 발치 후라든지 치통, 관절통, 생리통에 많이 사용되는 편 입니다. 체내 반감기가 길다는 것은, 빠르게 흡수되어도 체내에 오래 머무르기 때문에 약효가 오래 지속된다는 의미로 생각하셔도 됩니다. 앞서서 아세트아미노펜 (타이레놀)의 경우, 흡수를 지속적으로 천천히 유지시키는 제형 (서방정)을 이용해서 약효를 길게 유지했는데, 나프록센의 경우는 흡수가 빠르게 일어나더라도 약효가 오래 지속됩니다. 따라서 복용법도 1일 2회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치과 진료시 많이 처방되는 성분이기도 한데, 치통에는 아세트아미노펜과 함께 복용할 수도 있습니다. 소염효과는 강하지만, 해열 효과는 다른 NSAIDs보다 조금 약한 편입니다.

체내 반감기가 길고, 소염, 진통 효과가 강하기 때문에 많이 사용되지만 위장장애가 크기 때문에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주의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5. 파스류

쓰다보니 조금 글이 길어진듯 하여, 파스류는 다음에 다시 한번 적어보는 것으로 합시다.

6. 요약

  1. 아세트아미노펜은 타이레놀 외에도 복합제 성분으로 많이 사용된다. 일반의약품을 여러가지 복용한다면, 1일 최대 복용량을 넘지 않는지 확인해보자.
  2. 술을 마시고 진통제는 복용하지 말자.
  3. 소염 (염증을 줄임) 효과를 기대한다면, 이부프로펜이나 나프록센 등 NSAIDs 계열 의약품을 찾아보자.

약학정보원 등을 참고하여서, 제가 아는 내용으로 적어보았습니다. 제가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고,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언제든지 댓글로 알려주시면, 수정할 부분은 수정하고 의견을 드리고 싶은 부분은 의견을 남기도록 하겠습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최근 백신 접종 후에 해열진통제(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관련한 질문을 많이 접하는데, 백신 접종 전에 예방적으로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백신 접종 후에, 전신 통증이 있거나 고열이 있을 경우에만 (필요할 때만) 복용하면 될 것 같다고 합니다.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가능성이 있으니, 백신 접종 전에 음주는 피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위에도 언급했지만, 타이레놀이 아니더라도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의 해열진통제면 동일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2021.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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