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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다가 많은 병에 걸립니다. 간단한 처치만 받으면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약을 먹게 되는데요.

이 약은 어떻게 '하루 세 번' 또는 '하루 두 번', 그리고 한 번에 '한 알' 또는 '두 알' 먹으라고 정해진 것일까요? 하루 네 번이나, 한 달에 한 번 먹는 경우는 없는 것일까요? 여러가지 이유들로 약을 얼마나 많이, 또 얼마나 자주 먹어야 할지 정해집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약동학 및 약력학이라는 과목을 간략하게 알아보면서 이에 대해서 말해볼까 합니다.

약동학과 약력학은 신약 개발 단계에서 혹은 이미 개발된 약을 특수한 인구 집단 (소아, 노인, 특별한 유전형을 가진 사람들)에게 투여하기 위한 약물 용량을 결정할 때 중요한 근거가 되는 학문입니다. 약동학(Pharmacokinetics; PK)은 약이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우리 몸이 약을 얼마나 많은 양을 얼마나 빨리 흡수하고 분포시키고, 대사하거나 배설하는지에 대한 정량적인 연구를 하는 과목입니다. 즉, 시간에 따른 약물의 체내 농도를 관찰하고 농도 변화를 일으키는 원리에 대해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약학 교과서에서 흔히 사용하는 표현으로 '우리 몸이 약에 어떤 일을 하는가?'에 대한 학문입니다. 번역에 따라서 약동학, 약물동태학, 체내약물속도론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영문으로도 ADME (흡수, 분포, 대사, 배설; absorption, distribution, metabolism and excretion), DMPK (약물 대사와 약동학; drug metabolism and pharmacokinetics) 등으로 달리 부르기도 합니다. 약력학(Pharmacodynamics; PD)은 체내에 들어온 약물이 약효 (또는 독성)를 나타내는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입니다. 쉽게 이야기 하면, 체내 약물의 농도와 약물의 효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정량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여기까지 읽고 나면, 약동학과 약력학이 만난다면, 시간에 따른 약물의 효과를 정량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런 연구가 이루어지고, 약물동태동력학 (PK/PD)라는 이름으로 이야기 합니다.

예를 들어서 사람에게 사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항생제를 개발하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동물 실험과 시험관 내 실험을 통해서 약물의 농도가 만 하루동안 1 ng/mL 이상은 유지되어야 했다고 하면, 사람에서의 용량은 어떻게 정할 수 있을까요?

이 경우에는 목표로 하는 농도와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약동학적 지식을 활용해서 하루동안 1 ng/mL 이상이 유지되는 용량과 용법을 제안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안된 1 ng/mL이 어떤 실험계에서 구해졌는지에 따라서 실험계 간에 합리적인 환산인자가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약동학 분야의 많은 분석 방법들 중에 어떤 분석 방법이 적절할지는 현재 가지고 있는 데이터와 목표에 따라 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생각한다면 크게 다음 항목의 유무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분석 방법이 달라질 것 같습니다.

  1. 사람에서의 데이터 (여러 용량, 투여 경로, 인종, 연령, 성별, 병용약물)
  2. 동물에서의 데이터 (여러 용량, 투여 경로, 설치류, 비설치류, 유인원, 병용약물)
  3. 시험관 실험 데이터 (여러 농도, 세포 기반, 세포 소기관, 단백질 기반, 물리화학 등)
  4. 컴퓨터 예측 자료 (예측 방법)

1. 신약 개발 단계에서 사람에서의 데이터가 있는 경우는 상당히 개발이 진행된 상태일 것이고, 이미 시판 중인 약물에 대한 연구 (아주 어린 사람, 노인 또는 특별한 유전형을 가진 사람에 대한 연구/ 병용 약물과의 상호작용 연구 등) 일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는 약물의 체내 거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자를 하나의 파라미터로 삼아서 분석합니다. 비구획분석법 (non-compartmental analysis; moment analysis)을 수행한 이후에 통계적인 방법으로 후향적인 분석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인구 약동학 (population pharmacokinetics, popPK) 방법을 활용해서 covariate을 확인하는 분석을 수행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체중이나 키, 나이 등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생리학적인 인자들을 반영한 약동학 모델(physiologically based pharmacokinetic modeling; PBPK modeling)을 구축한 이후 이를 통해서 예측한 변화가 실제 관찰된 변화와 합리적인 수준에서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통한 연구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서 관찰된 데이터가 있는 경우, 관찰한 집단과 큰 차이 없는 특성을 가졌다고 예상되는 집단 (건강한 성인)에는 관찰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한 다음 적절한 용량과 용법을 제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2. 신약 개발 단계에서 동물 실험 데이터가 있는 경우이면서 사람에게 투여한 경험이 없는 경우는 대부분의 신약 후보물질 개발 단계에서 겪는 단계입니다. 참고로 최근에 동물 실험 윤리와 관련해서 동물실험이 사람에서의 약효나 독성과 연관성이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동물 실험이 기피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물에서 시간에 따른 약물의 농도 데이터가 여러 용량에서 있는 경우, 이를 통해 각 종마다 약물의 제거 속도나 분포 정도 등을 구해냅니다. 이렇게 구해낸 약동학 파라미터들은 각 종의 체중, 기대수명, 뇌의 무게 등 흔히 생각할 수 있으면서 잘 알려져 있는 값과의 상관관계를 확인해보고, 사람에서의 체중, 기대수명, 뇌의 무게 등을 활용해서 사람에서의 약동학 파라미터를 추정하기도 합니다. 흔히 이 방법을 allometric scaling이라고 부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약동학 파라미터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1번에서 소개한 비구획분석법이나 구획 분석법(compartmental analysis)를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1번에서 소개한 다른 방법인 생리학적인 인자를 반영한 약동학 모델(PBPK modeling)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동물실험 데이터가 있는 경우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시험관에서 세포나 단백질를 활용한 실험 데이터도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동물 실험 뿐 아니라 시험관 내 실험 그리고 컴퓨터 예측 자료 등을 모두 통합해서 생리학 기반 모델을 구축하여 사람에서의 약동학을 예측하기도 합니다.
신약 개발 단계에서 임상시험은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단계이기 때문에, 임상시험 목적에 합당한 용량과 용법을 결정하는 것은 전체 신약 개발단계의 비용 절감에 큰 역할을 합니다. 여러 방법을 통해서 예측한 사람에서의 약동학을 기반으로 일정한 안전역을 두고 임상시험에서 처음 사람에게 투여할 약물의 용량이나 용법을 결정합니다.

3. 시험관 데이터만 있는 경우에도 개체에 투여하기 위해 적당한 용량이나 용법을 결정하기 위해서 약동학 지식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 내에 체외 물질을 대사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단백질들이 여러가지가 있지만, cytochrome P450 (CYP450; CYP) 이라는 단백질 계열이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CYP 단백질이 많이 들어있어서 유용한 실험계 중 하나가 마이크로좀 (microsome) 실험계 입니다. 간, 신장, 소장 세포 등에서 분리해낼 수 있는 구획인데, 어떤 조직에서 분리했는지에 따라 당연히 대사 효소의 조성이나 농도에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조직에서 분리했는지 특별히 구분하기 위해서 조직의 이름을 붙여서 '간 마이크로좀' 등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간 마이크로좀' 실험계를 이용해서 개발중인 약물의 대사 속도를 구해냈다면, 간 전체에서 얼마나의 속도로 대사될지 예측해볼 수 있습니다. 대사효소 뿐 아니라 세포막 수송체 등 체내 동태의 다양한 단계에 대해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이기 때문에 in vitro-in vivo extrapolation (IVIVE)라고 따로 부르기도 합니다. IVIVE 방법을 통해 구해낸 조직마다의 약물 흡수, 분포, 대사, 배설 속도를 약동학 모델에 반영한 다음 체내 동태 예측에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을 활용하거나, 대량의 데이터 안에서 통계적인 경향성을 발견한 다음 이를 활용하여 신약 개발에 활용하기도 합니다.

두서 없는 글이었지만, 위의 각 과정에 관련된 내용을 포스팅 하기 위한 예고편으로 두서 없는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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